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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대법원의 판단 필요한 이유[이재용 항소심 선고 분석 ①] 판결문 한 글자 안 읽는 문빠의 反법치주의: 무시해도 되는 이유
박형준 | 승인 2018.02.08 13:40

판결문 한 글자 안 읽는 문빠의 反법치주의: 무시해도 되는 이유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에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과 관련해, 속칭 '문빠' 등은 예상대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하 등장인물 호칭 생략)

하지만 그들의 반발은 큰 의미가 없다. '판사 탄핵'을 청와대에 요구하는 등 황당한 대응은 과연 그들의 종교적 속성·反법치주의적 속성을 드러낼 뿐이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판결문을 단 한 글자도 읽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읽을 생각조차 없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판결문을 안 읽는 자들의 판결 비난·장시간 재판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단 1초도 법정에 앉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감정적인 판결 비난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기자는 '이재용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납득하거나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납득하거나 이해하는 부분은 상당수 특검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KBS

속칭 '문빠'들은 특검을 '정의의 사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재용의 제1심·항소심 과정을 지켜본 기자의 관점에서는 '문빠'들의 그 믿음은 그저 개그에 불과할 뿐이다. 

기자가 그동안 확인한 특검은 그 어떤 검사보다 무능해 보였고, 그 어떤 검사보다 야비해 보였으며, 그 어떤 검사보다 '민폐' 속성으로 충만해 보였다. 속칭 '문빠'들에게 다시 한 번 특검이 이상한 짓을 했다가 발각되거나 의혹이 제기된 내역을 강조하려고 한다.

① 진술서 조작 : 김 모 환경부 사무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문답을 나눈 뒤, 김 모가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진술서를 조작했다. 이것은 특검이 아무 반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로 봐도 무방하다.

② 진술조서 조작 :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특검은 자신들의 공소유지에 불리한 진술의 적시를 누락했다. 해당 진술조서를 작성한 김영철은 멋쩍게 웃었을 뿐이라서, 조작을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진술조서 조작 의혹 :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은 "검사가 유도신문을 하면서 조서에 마음대로 적었다"고 주장했다.

④ 진술조서 조작 의혹 :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자신의 진술조서 일부 내용에 대해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이 일부 적시돼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⑤ 진술조서 조작 의혹 : 김기남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특검이 처음 보는 자료를 보여줘서 추정한 의견이 진술조서에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⑥ 피고인 망신 주기 의혹 : 특검은 안종범의 뇌물수수 공판 중 재판 관계자들만 봐도 충분할 '안종범 아내 사진'을 방청객에게까지 공개했다. 이는 검사들 특유의 '피고인 망신 주기 행태'로 볼 소지가 강하다.

특검에게는 다시 "정호영 전 BBK 특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검은 왜 "그 어떤 권력도 언젠가 반드시 기우는 날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것일까? 그래서 권력을 쥔 사람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자중해야 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본 '안종범 수첩' "정황증거로 봐서 내용의 진실성 따진다? 그럴 순 없다"

항소심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과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대한 증거능력을 모두 부인했다. 제1심 재판부가 "정황증거"로 판단한 것에 비해 전문법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KBS

전문법칙(Hearsay rule)이란, 쉽게 말해 "직접 보고 느낀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말이 적힌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칙을 말한다.

"전해 들은 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검찰과 동등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증거로서의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취지의 법칙이다.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는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것"을 적은 문건이다. 그들이 박근혜·이재용의 대화 등을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로부터 전해들은 말을 적은 것이었다.

제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에 대해 ▲박근혜가 이재용과 단독면담을 해 어떤 대화를 했는지와 관련해서는 증거로 인정할 수 없지만 ▲"안종범이 수첩에 어떤 내용을 적은 사실 자체"는 증거로 인정할 수 있고 ▲안종범이 "박근혜가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었을 뿐 내 생각을 더해 적지는 않았다"고 증언했기 때문에 ▲"박근혜·이재용이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과 관련해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안종범이 박근혜로부터 '이재용과 면담을 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전해 듣고 수첩에 적은 사실과 관련해서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지만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안종범 수첩'이 박근혜·이재용 사이에 오갔던 대화 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면, 그것은 간접적인 정황증거라고 볼 수 없다. 내용 자체에 대한 증거로 사용되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

▲ 또한 제1심 재판부는 '정황증거'를 토대로 입증하려는 '간접사실'이 뭔지도 판결에 적시하지 않았다. 

▲ '안종범 수첩'을 '박근혜·이재용의 대화 내용'에 대한 증거로 사용한다면, '정황증거'라는 이름을 빌어 전문법칙의 취지 자체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법원 2012도16001 판례(링크 클릭)는, 그런 일의 발생을 막기 위해 "내용의 진실성과 관계 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증거능력 인정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 같은 맥락에서, 故 김영한의 업무일지도 "적힌 내용의 진실성을 따지기 위해" '정황증거'라는 이름을 빌어 사용한다면 전문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안종범 수첩·故 김영한의 업무일지는 분명히 전문(傳聞)이다. 안종범은 박근혜·이재용의 면담 현장에 배석하지 않은 채 박근혜로부터 전화통화로 전해들었을 뿐이고, 故 김영한도 각종 회의 석상에서 들은 말을 적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취지에 집중했던 것이고, "정황증거라는 이름을 빌어 내용 자체에 대한 증거로 삼으려고 할 경우 전문법칙의 취지가 무너진다"는 엄격한 판단을 했던 것이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MBC

안종범 수첩: 개인적으로, 하지만 꾸준히 작성한 수첩

하지만 제1심 재판부·이 판결을 비난하는 일각의 지적이 마냥 무리한 이야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안종범이 장기간에 걸쳐 청와대 경제수석·정책조정수석에 걸쳐 기록을 했던 그 '꾸준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안종범 스스로도 2017년 7월 4일 제1심 재판에 출석해 "매일 업무 관련 내용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황증거'로 인정했던 것이었고, 기자도 바로 그 '꾸준함' 때문에 정황증거·간접증거로서의 가치를 주목했던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형사소송법 조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315조(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 다음에 게기한 서류는 증거로 할 수 있다.

  2. 상업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

  3.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

'안종범 수첩'은 해석 여하에 따라 "기타 업무상 필요로 통상적으로 작성"했다거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됐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안종범 수첩'은 안종범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수첩이지만,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제3호는 대체로 공적 문서·공식 문서를 지칭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문서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상업장부·항해일지·출납부·전표·통계표·의사의 진료부·공공기록·역서·정기간행물상의 시장가격표·스포츠기록·공무소 작성 통계 및 연감·다른 재판의 공판조서

그렇기 때문에 ▲안종범이 개인적으로 작성했지만 ▲업무를 지시한 사람·날짜가 내용과 함께 장기간 꾸준히 기록된 수첩인 '안종범 수첩'이, "기타 업무상 필요로 통상적으로 작성"했다거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법리적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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