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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 대면보고 無"도 변론수단 삼는 박근혜 측[박근혜·최순실·신동빈 재판 54-2] 박준우 "매번 블랙리스트 지시받던 모철민, 동정심 느낄 정도"
박형준 | 승인 2017.09.08 19:50

박준우 "매번 블랙리스트 보고·지시받던 모철민, 동정심 느낄 정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 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 공판을 진행했다. (이하 피고인과 등장인물 호칭 생략)

오후에는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준우는 5월 4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당시 증인신문에서는 박준우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약칭 '실수비') 내용을 적은 비망록이 공개됐다.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KBS

여기에는 박준우가 박근혜·김기춘의 지시사항을 적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준우는 ▲김기춘은 2013년 9월 9일 "천안함 관련 영화 상영·박정희 비하 연극 '개구리' 공연에는 종북세력을 지원하는 의도가 있고, 제작자·펀드 제공자를 용서하면 안 된다"는 지시를 했고 ▲박근혜는 2014년 1월 6일 "불독보다 진돗개같이 한 번 물면 살점이 떨어질 때까지 '비정상의 정상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준우는 이날 ▲자신의 비망록에 적힌 박근혜·김기춘의 '좌파 비난'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발언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사실 확인을 했고 ▲김기춘의 지시에 따라 '지원배제' 업무가 시작됐으며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은 매번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의 '좌편향' 문제를 보고한 뒤 지시를 받아 동정심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의 의견과 다른 취지의 의견을 말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장관 직에서 물러났고 ▲신동철은 부속실에 문건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박근혜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준우의 관련 증언이다.

▲ 2013년 8월 21일 '실수비'에서, 김기춘은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 간 장악하면서 재벌도 줄을 서고 있다"며, "정권 초 사정을 서둘러야 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말했다. 저는 이를 비망록에 적었다.

▲ 2013년 9월 30일에는 박근혜가 "좌편향된 문화예술계가 문제"라며, "국정지표는 '문화융성'인데 롯데·CJ 등 투자자들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 2013년 12월 18일에는, 김기춘이 '좌파들의 문화 장악' 사례로 영화 '변호인'과 '천안함 프로젝트'를 언급했고, "어느 교육계 원로로부터 '좌파가 문화계를 장악했는데도 정부가 반국가·반체제적 단체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울분과 열변을 토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 이어 김기춘은 "앞으로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잡아나가야 하고, 아직 레일을 깔지 못한 상황이니 좌파 척결 문제에 대하 모두가 고민하고 분발하자"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KBS

▲ 2013년 12월 19일에는, 박근혜가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라며,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야 하는데 MB 정부 때에는 '좌파 척결'과 관련해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그 근거로 "(박근혜를 지지하는 연예인들의 모임인) 누리스타 봉사단 연예인들이 방송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저는 누리스타가 뭔지도 몰랐지만, 대통령의 발언이라 받아 적었다. 하지만 "MB정부가 '좌파 척결'과 관련해 한 일이 없다"는 인식은 청와대 내에서 꽤 공감을 얻고 있던 인식이었다. 

▲ 2013년 12월 20일, 김기춘은 "공직자가 자유민주주의의 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며, "반정부·반국가단체가 좌파들의 온상이 돼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니, 그런 단체들에 정부 지원이 있는지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조치하라"고 말했다. 

▲ 중요한 내용임을 감안할 때, 김기춘은 박근혜의 의중을 받들어 내린 지시라고 생각한다. 

▲ 제가 정무수석에 취임한 후 거의 매일 "대한민국에 좌편향이 너무 심하다"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정기조가 강조됐다.

▲ 그래서 김기춘의 지시사항에 대해 "박근혜의 국정철학이나 국정기조 차원의 중요한 이슈"라고 인식했다.

▲ 이후 김기춘은 "내각도 생각을 공유해야 하고, 공유되지 않는 사람은 교체해야 한다"며, "각 부처별 일선 과장까지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필수고, 대통령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2014년 1월 3일, 김기춘은 "문체부·교육부·보건복지부·안전행정부 소관 단체들에 대한 정부지원실태를 전수조사·실사하고 중간보고하라"고 지시했다. 4개의 부처는 "보조금 지원이 많은 가장 대표적인 부처"였다.

▲ 2014년 1월 4일, 김기춘은 "지금 형국은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 같다"면서, "좌파 정권 10년 동안 내려진 좌파의 뿌리가 깊으니, 모두가 전투를 치러야 하고 불퇴전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지금은 대통령 혼자 뛰고 있고, 내각에는 '비정상의 정상화' 지시가 잘 안 먹힌다"면서, "각 부처별 좌파 지원 실태를 전수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 2014년 1월 4일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비상소집' 형식으로 모였을 때였다. 그래서 김기춘의 발언이 급박하게 들렸다. 

▲ 2014년 3월 14일에는 "각 부처별 좌파단체에 지원하지 않도록 하라"는 김기춘의 지시가 있었고, 그로부터 1~2개월 뒤 정무수석실 주관으로 '민간단체 보조금 TF'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좌파 지원 배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 하지만 왜 정무수석실에서 주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SBS

▲ '문제단체 관리방안' 문건은 신동철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과 박준태 소속 행정관이 작성했다. 저는 지방선거 관련 업무 때문에 그 문제에 깊이 개입할 여유는 없었다. 큰 틀의 원칙과 방향을 정리했던 것 같다.

▲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매번 '국사학계·문화예술계의 좌편향 문제'에 대해 회의 때마다 늘 보고했고 김기춘의 지시를 받았다. 동정심을 느꼈을 정도였다. 

▲ 제 기억에는 "좌편향 문제 개선책을 집행할 사람들은 각 부처 장·차관이지만, 교육부와 문체부는 좌파의 뿌리가 깊어서 쉽지 않다"는 취지의 논의가 많았다. 그래서 "교육부·문체부 내 지휘부들의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이 청와대 내에 널리 퍼져 있었다.

▲ 2014년 5월 13일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다른 국무위원들과 다른 취지의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 박근혜는 당시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반응을 했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인 추측으로, 유진룡이 당시 박근혜의 의견과 대치되는 발언을 했던 것도 유진룡이 물러난 이유였다고 판단한다.

▲ '지원배제' 사유는 비서관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실수비'에서 거론된 내용을 많이 반영했던 것 같다.

▲ 당시 청와대 내 회의에서는 '좌파' '친문'을 이야기할 때가 많았고, 그것이 배제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한다.

▲ 김기춘에게는 '지원배제' 관련 사항이 보고됐고, 대체로 신동철이 보고했다. 신동철은 저에게 보고서를 1부 준 뒤, 김기춘에게 보고했다.

▲ 아울러 신동철이 부속실에 친전을 보내는 형식으로 박근혜에게 보고한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 즉, 김기춘의 승인을 얻고 박근혜에게 보고를 드린 것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저도 신동철에게 "실장의 의견대로 대통령에게 하라"고 지시했다.

▲ '신동철의 부속실 보고'를 알기 전에는 신동철이 박근혜에게 바로 보고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김기춘 등의 재판에서는 혼동되는 증언을 했던 것 같다. 오늘 한 증언이 정확하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KBS

▲ 2014년 6월 13일에는 후임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조윤선을 만나 현안을 설명했던 적이 있다. 당시 조윤선에게 설명한 내용은 '세월호 참사' '4대악 척결' '공무원 연금 개혁'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TF' '보수단체 지원'이었다.

▲ 조윤선은 '대통령의 관심사항' '대통령에게 보고 드리는 분야'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관련 사항을 설명하면서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TF'와 '보수단체 지원'에 대해 설명했다. 

박근혜 "박준우는 나에게 대면 보고한 적이 없다"

박근혜 측은 ▲박준우의 비망록은 특정 단어들만 축약해 적시된 것이라 해석이 여러 개로 나뉠 수 있는 등 구체적이지 않고 ▲박근혜가 전직 대통령을 'MB'라고 표현했을 가능성도 없으며 ▲박준우는 박근혜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대통령을 비하하는 연극이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박근혜 재임 시절 청와대는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 보조금 지원"을 추진했던 것이며 ▲유진룡은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다가 박근혜의 질책을 듣고 사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박근혜 측의 구체적 반박이다.

▲ 박준우는 "신동철이 부속실을 통해 박근혜에게 '지원배제' 관련 보고서를 친전 형식으로 보낸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박준우가 직접 보고받거나 확인한 적은 없다. 

▲ 아울러 지금까지 나왔던 적이 없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일개 비서관이 대통령에게 친전 형식 보고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박근혜가 부속실에 제출된 보고서를 직접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

▲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 제출되는 보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는 박준우의 증언을 쉽게 믿기 어렵다. 

▲ 아울러 박준우의 비망록에는 "롯데·CJ 투자자"라는 문구만 작성돼 있을 뿐, "투자를 안 해서 문제"라는 등의 구체적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 박근혜가 회의석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일컬어 'MB'라고 표현했을 가능성도 없다. "특정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식의 구체적 지시를 한 적도 없다.

(※ 기자 주 : 박준우는 "제 편의상 그렇게 기록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 아울러 박준우는 비망록에 메모를 할 때 모든 내용을 적은 것이 아니라 특정 단어만 축약해 적시했다. 해석이 여러 개로 나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KBS

▲ "문화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은 평소 박근혜가 했던 말이 절대로 아니다. 박준우는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황우여 의원의 발언"이라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박근혜의 발언"이라고 번복했다. 

▲ '누리스타 봉사단' 관련 언급도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의 민원일 뿐이고, 박근혜의 발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박준우의 추측일 뿐이다.

▲ 특정 대통령을 비하·모욕하는 연극 '개구리'가 민간 극장이 아닌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 기자 주 : 박준우도 이에 동의했다.)

▲ 당시 청와대에서 '좌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언급한 맥락은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인 보조금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 이마저도 김기춘이 매번 박근혜에게 보고를 하거나 승인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 아울러 박준우는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는 동안 박근혜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한 적이 없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전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 유진룡은 세월호 참사 후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가 대통령의 질책을 듣고 사임한 것이다.

이날 박준우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특기할 사항은 "정무수석의 대면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변론 요소로 사용한 박근혜 측의 대응이다. 

이에 대해서는 "박근혜 측이 '박근혜의 단점'을 무죄 논리로 주장하는 독특한 모습"이라는 해석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정무수석의 대면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구속영장 기각 후 모친 최순실 소유의 '미승빌딩'으로 들어가는 정유라 씨 ⓒ연합뉴스TV

11일 예정된 공판에는 최순실 측도 출석한 가운데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된다. 

이경재 변호사가 정유라 씨의 변호인 지위에서 사임하는 등 최순실은 딸 정유라와도 결별을 할 가능성을 암시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공판에서 최순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박원오와의 대면은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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